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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않는 사신, 함흥차사(咸興差使)

by DaOk 2025. 1. 24.

어떤 일을 부탁받고 갔지만 소식이 없거나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두고 우리는 "함흥차사"라고 말한다. 이 표현은 조선 초 태조 이성계와 그의 아들 태종 이방원 사이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에서 유래되었다.

왕위를 물려주고 떠난 태조 이성계

태조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한 후, 왕자의 난으로 인해 아들들 간의 피비린내 나는 권력 다툼을 지켜봐야 했다. 특히 1398년 제1차 왕자의 난에서 방원이 형제들을 제거하고 실권을 장악하면서, 이성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는 왕위에서 물러나고 둘째 아들인 정종(이방과)에게 왕위를 넘긴 뒤, 고향인 함흥으로 떠나 버렸다.

함흥차사

돌아오지 않는 태조, 그리고 사신들의 비극

이후 태종이 된 이방원은 아버지를 다시 궁으로 모셔오려 했다. 그러나 태조는 권력 싸움에 실망한 채 함흥에서 은둔하며 돌아오려 하지 않았다. 이에 태종은 여러 차례 사신을 보내 태조의 환궁을 요청했지만, 태조는 사신들을 냉대하거나 때로는 죽이기까지 했다.

전해지는 이야기 중 하나에 따르면, 태조가 보낸 사신 중 일부는 돌아오지 못했고, 어떤 이들은 목숨을 잃었다. 태조가 극도로 분노하여 사신을 죽였다는 설과, 태조를 따르던 세력이 사신들을 죽였다는 설이 있다. 어찌 되었든 태종이 보낸 사신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여기서 ‘함흥차사’라는 말이 생겨났다.

오늘날의 의미

현재 "함흥차사"라는 표현은 심부름을 보냈으나 돌아오지 않거나, 연락이 두절된 사람을 빗대어 쓰인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한참 동안 응답이 없을 때, "완전 함흥차사네"라고 말할 수 있다.

역사적 비극에서 비롯된 이 표현은 오늘날까지도 우리 일상 속에서 널리 쓰이고 있으며, 단순한 말 이상으로 조선 초 왕권 다툼과 부자의 갈등을 상징하는 중요한 일화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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