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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품절, 더 이상 '감기약 대란'만이 아니다?

by After LIKE 2025. 12. 1.

최근 독감 유행을 타고 '액상형 타이레놀'과 같은 해열제 품귀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일시적인 계절 수요 폭증을 넘어, 항생제, 혈압약 등 필수 의약품 전반으로 확산되며 만성적인 국민 보건 위협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매달 2만 건 이상의 의약품 품절 신고가 반복되는 현상은 단순히 재고가 없다는 사실을 넘어, 대한민국 의약품 공급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특히 불투명한 유통 구조, 낮게 책정된 약가, 그리고 원료 수급의 불안정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이 사태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의약품 품절, 더 이상 '감기약 대란'만이 아니다?

이 포스팅은 의약품 품절 사태의 뿌리 깊은 원인을 분석하고, 지속 가능한 해결책으로 논의되고 있는 유통 시스템 개선성분명 처방 도입 등의 대안들을 알아보겠습니다.


의약품 품절을 반복시키는 세 가지 근본 원인

의약품 품절 현상은 하나의 단편적인 문제로 발생하지 않으며, 제약사 생산부터 약국 공급까지의 전 과정에 걸친 구조적 결함이 누적된 결과입니다.

불투명하고 과도하게 경쟁적인 유통 구조

국내 의약품 유통을 담당하는 도매업체 수가 최근 10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하여 4천여 곳에 달합니다. 이는 제조소 수의 10배가 넘는 수치로, 도매상의 난립은 유통 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합니다. 품절 의약품이 발생하면 이들 도매상들이 경쟁적으로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재고 편차가 극심해지고, 정작 약국이나 환자에게는 의약품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는 병목 현상이 발생합니다.

더 심각한 것은 불투명한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적인 편법 행위입니다. 도매상들이 인기 있는 품절약을 미끼로 일정 금액 이상 구매를 강요하거나, 비인기 품목을 함께 구매해야 하는 '끼워팔기'를 자행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적발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허위 정보를 유포해 일시적으로 '가짜 품절'을 만들어 가격 협상이나 판매를 유도하는 행위까지 발생하여 유통 관리의 사각지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낮은 보험 약가로 인한 생산 유인 부족

국가가 가격을 통제하는 전문의약품의 경우, 낮은 보험 약가는 제약사의 생산 동기를 저해하는 핵심 원인입니다. 특히 기초 의약품이나 필수의약품은 낮은 약가 때문에 생산할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제약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신약이나 다른 품목 생산에 집중하게 되고, 필수적인 저가 의약품은 결국 생산 중단되거나 물량이 크게 줄어들어 만성적인 품절을 야기합니다.

정부의 복제약(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 역시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 안정에 기여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제약사들의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켜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필수의약품 공급을 위해서는 최소한 생산 원가를 보전할 수 있는 약가 관리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원료 의약품의 높은 해외 의존도와 수급 불안정

의약품 생산의 필수 단계인 원료의약품(API) 수급 문제도 품절의 주요 원인입니다. 국내 제약사들이 원료 의약품의 대부분을 중국이나 인도 등에 의존하고 있어, 해당 국가들의 생산 상황이나 수출 규제, 글로벌 물류 대란 등 외부 요인에 의해 공급망이 쉽게 흔들립니다.

국내 생산 시설은 제한적이며, 긴급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이처럼 원료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최종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가 있어도 생산량을 늘릴 수 없어 품절 사태가 반복되며, 이는 결국 의약품 자급자족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집니다.


의약품 수급 안정을 위한 혁신적 해법 모색

정부와 약사, 의료계는 만성적인 품절 사태 해결을 위해 약가 제도 개선을 넘어선 보다 근본적이고 시스템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의약품 성분명 처방의 확대와 대체 조제 활성화

가장 강력한 해법 중 하나로 '의약품 성분명 처방' 확대가 거론됩니다. 이는 의사가 특정 상품명이 아닌 '성분' 자체로 처방을 내리고, 약사는 동일 성분의 다양한 제네릭 중 재고가 있는 약을 선택적으로 조제할 수 있게 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환자들이 '액상형 타이레놀'과 같은 특정 브랜드에 쏠리는 현상을 완화하고, 약국이 품절된 약 대신 대체 약품을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게 하여 수급 불균형 해소에 즉각적인 도움이 됩니다.

또한 약사가 의사 처방에 따라 동일 성분 약을 교체하는 '대체 조제'를 활성화하고 그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의사의 처방권 침해 논란과 약사의 조제 부담 가중이라는 반발에 직면하고 있어,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의약계 간의 신중한 협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입니다.

필수 의약품 공급 관리 시스템 및 약가 유인 강화

정부는 퇴장방지 의약품(퇴방약) 제도 개선을 통해 필수 의약품 공급 안정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퇴방약 지정 기준을 현실화하고, 제약사의 생산 원가 보전 기준을 상향하여 경제성이 낮아도 필수적인 의약품의 생산을 지속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강화합니다.

나아가 신속한 위기 대응을 위해 국가 필수의약품 안정공급협의회와 같은 상시 논의 기구를 설치하고, 일시적 공급 부족 또는 수요 급증 의약품까지 관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법안도 발의되고 있습니다. 이는 수급 불안정 상황 발생 시 관계 부처와 기관들이 협력하여 긴급 생산·수입 명령 및 유통 개선 조치를 신속하게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노력입니다.

유통 투명성 강화와 불공정 행위 근절

난립한 도매상들의 불투명한 거래 행태를 개선하기 위한 유통 관리 시스템 강화가 시급합니다. '끼워팔기'나 '가짜 품절' 유포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 기준을 마련하고, 도매상 간의 거래(도도매)를 줄여 유통 단계를 단순화하여 의약품 추적을 용이하게 해야 합니다. 또한,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조건을 요구하는 등의 편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약국 등의 현장 제보를 활성화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합니다.


마무리

반복되는 의약품 품절 사태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저수가(低酬價)와 유통 혼란이 만들어낸 구조적 질병입니다. 정부의 약가 제도 개선 노력과 함께, 의약품을 소비하는 환자부터 처방하는 의사, 유통하는 도매상, 조제하는 약사에 이르기까지 공급망 전체의 공급 책임과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성분명 처방과 같은 혁신적인 대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진하고, 필수 의약품 공급망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관리하여 국민 모두가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의약품을 제공받을 수 있는 안전한 약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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